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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태양전지 효율 魔의 30% 돌파 머지않다
출처
디지털타임스
작성일
2020년 06월 15일
조회수
1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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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태양전지 효율 30% 돌파 머지않다



손동익 KIST 기능성복합소재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코로나19라는 폭풍이 몰아친 지도 어언 반년이 다 되어 간다. 전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곳곳이 신음하는 가운데, 산업가동 중단으로 인해 대기환경이 개선되었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하루빨리 이 상황이 종식되길 바라면서도 화창한 출근길의 산 능선을 바라보고 있자니, 왠지 모를 뿌듯한 마음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기구(ESA)가 올해 2월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과 유럽의 대기 중 이산화질소 농도가 크게 감소했다고 한다. 세계 각국의 봉쇄령과 산업 가동의 위축으로 인해 석유, 석탄 등 주요 화석연료 사용량이 급감한 결과다. 비슷한 내용으로, 현재 인도의 한 지방에서 160km 떨어진 히말라야산맥이 육안으로 선명하게 보인다고 한다. 한 해 124만명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사망한다는 인도에서 단 6개월 만에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동안 인류가 자연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섬뜩하기만 하다.

 

인류가 환경오염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새도 없이, 머지않아 코로나 사태로 인한 손실을 회복하기 위한 각종 생산활동은 재개될 것이다. 화석연료 사용량의 폭증은 물론이거니와 각종 오염물질의 배출로 인해 대기의 질이 이전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볼 때,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태양전지를 연구하고 있는 필자는 오래 전부터 재생에너지의 중요성과 그것이 가져올 편익에 대해 주목해왔다. 특히, 태양은 그야말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매 순간 내뿜는 에너지의 보고라 할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지구에서는 식물과 미생물들만이 미량의 태양에너지를 이용하고 있다.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과학자들이 해야 할 매우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그 방법을 찾는다면 에너지 산업의 패러다임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 확신한다. 태양에너지를 모아서 생산하기 위해서는 태양전지가 필수적인데, 최근 페로브스카이트라는 물질을 이용해 만든 태양전지가 연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상용화 되고있는 대부분의 태양전지는 실리콘 기판을 사용하여 만든 1세대 태양전지다. 제작공정이 매우 복잡하고 제조 단가가 높아 경제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무기반도체 박막을 기반으로 하는 2세대 태양전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페로브스카이트 구조 물질을 이용하는 태양전지의 경우, 최근 '마의 구간'이라 불렸던 25%의 에너지 효율을 상회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의 실리콘 태양전지를 대체함과 동시에 값싼 태양전지를 생산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또한 30% 이상의 효율을 달성할 경우 재생에너지 산업의 혁신을 가져오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페로브스카이트는 2009년 일본 연구진이 액체형태로서 태양전지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광전효율이 3%에 불과했지만 고체 페로브스카이트를 이용해 광전효율을 크게 높임으로써 페로브스카이트는 태양전지로서 가능성이 확인됐다. '반성하는 자가 서 있는 땅은 가장 훌륭한 성자가 서 있는 땅보다 거룩하다'는 탈무드의 명언처럼, 바야흐로 바이러스가 가져다준 교훈을 곱씹으며 재생에너지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관계부처의 정책과 시스템 변화는 물론, 연구기관에서도 우리의 삶과 인류, 지구의 생존을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또한, 가정에서도 화석연료와 플라스틱 등에 익숙한 우리의 생활습관부터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교훈과 반성 속에서 피어나는 씨앗이 결국 '자연의 용서'라는 꽃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요즘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바이러스와 분투중인 의료진들에게 감사함을 표하는 '덕분에 챌린지'가 한창이다. 국민의 따뜻한 시선과 격려만큼 그들에게 값진 것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연구자로서 후대에 돌려줄 수 있는 연구성과를 위해 하루하루 매진하고 있다. 맑은 공기와 푸릇한 들판이라는 '덕분'(德分)을 후손들이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훗날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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